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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이 생판 모르는 남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아직 제대로 된 이웃을 만나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소지섭이 전직 국정원 블랙요원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첩보와 액션이 뒤섞인 이야기인데, 정작 제 마음에 남은 건 복잡한 작전 전개가 아니라 옆집 이웃과 조금씩 신뢰를 쌓아가는 장면들이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이웃관계, 어색함이 먼저입니다
전직 NIS 블랙요원인 김본은 아파트 베이비시터로 위장해 옆집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NIS란 국가정보원(National Intelligence Service)을 의미하며, 블랙요원은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활동하는 비밀 공작원을 뜻합니다. 처음 두 사람이 마주치는 장면은 누가 봐도 어색합니다. 에린은 경계하고, 김본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 어색함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처음 이사 왔을 때도 딱 그랬습니다. 복도에서 마주쳐도 눈을 피하게 되는 어색한 시기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던 날 옆집 이웃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줬을 때, 저는 오히려 조금 당황했습니다. 고마운데 어색한 그 감정, 드라마 속 에린이 요구르트 하나를 받으면서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장면이 딱 그 기억과 겹쳤습니다.
이런 어색함은 관계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관계가 막 시작되는 신호입니다. 드라마도, 실제 이웃 관계도 그 첫 어색함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이후 방향을 결정한다는 걸 제 경험상 느꼈습니다.
신뢰형성, 작은 행동이 쌓이는 과정
드라마에서 김본과 에린의 관계가 달라지는 건 거창한 고백이나 특별한 사건 덕분이 아닙니다. 아이들을 봐 주고, 우산을 건네고, 위험한 상황에서 먼저 달려오는 반복적인 행동들이 쌓입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호혜성 원리(Reciprocity Principle)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작은 도움을 주고받는 행동이 반복될수록 상대를 신뢰하게 되는 심리 작동 방식입니다.
출처: 한국심리학회에 따르면, 사람 사이의 신뢰는 단 한 번의 극적인 사건보다 일상의 작은 교류가 반복될 때 더 단단히 형성된다고 합니다. 드라마가 이 원리를 꽤 정확하게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도 비슷했습니다. 집을 비운 사이 택배를 대신 받아 준 이웃, 전구 하나를 빌려달라고 문을 두드렸을 때 흔쾌히 내어 준 이웃. 그런 소소한 교환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저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겠다'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냥 일상이 반복됐을 뿐입니다.
신뢰가 쌓이는 핵심 조건
드라마와 실제 경험을 돌아보면 신뢰형성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었습니다.
-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한 명은 있어야 한다 (김본의 경우 베이비시터 제안)
- 도움의 크기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 (작은 행동이 반복될 것)
- 위기 상황에서의 태도가 신뢰를 결정적으로 굳힌다 (납치 위기, 총상 간호)
- 상대의 사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코믹액션 장르가 관계 이야기에 어울리는 이유
「내 뒤에 테리우스」는 2018년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10.5%를 기록했습니다(출처: 닐슨코리아). 코믹액션이라는 장르적 틀이 오히려 관계 이야기에 잘 맞는다는 게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점이었습니다. 긴장감이 팽팽한 첩보물이었다면 두 사람 사이의 감정 변화가 묻혔을 텐데, 요구르트 사건이나 장난감 총 소동 같은 코믹한 장면들이 끼어들면서 오히려 관계의 온도가 살아났습니다.
코드네임(Code Name)이란 요원의 신원을 숨기기 위해 부여하는 임무용 가명을 말합니다. 김본의 코드네임 테리우스, 에린의 코드네임 앨리스가 부여되는 장면은 단순한 첩보물의 클리셰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같은 세계 안으로 들어온다는 상징처럼 읽혔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첩보 드라마에서 이런 감정 결을 느낄 줄은 몰랐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속도가 현실보다 훨씬 빠르다는 겁니다. 작전 상황과 위기를 함께 겪으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진전되는데, 실제 이웃 관계에서는 그 정도의 속도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드라마라서 가능한 전개라고 이해하면서도, 일상의 신뢰 형성은 훨씬 느리고 조용하다는 걸 제 경험이 계속 상기시켜 줬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내 뒤에 테리우스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2018년 MBC에서 방영된 작품으로, 현재 넷플릭스와 웨이브 등 국내 주요 OTT 플랫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별 서비스 여부는 변동이 있을 수 있으니 현재 제공 여부를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Q. 소지섭이 국정원 요원으로 나오는 드라마가 테리우스 말고도 있나요?
A. 소지섭이 첩보 요원 계열 캐릭터를 맡은 작품은 「내 뒤에 테리우스」가 대표적입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주로 멜로나 의학 드라마 장르에 출연했기 때문에, 코믹액션 첩보물로서 이 드라마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꽤 독특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Q. 드라마가 가볍게 볼 수 있는 편인가요?
A. 코믹액션 장르답게 전반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편입니다. 첩보 설정이 있긴 하지만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무겁지 않고, 일상적인 아파트 생활과 육아 장면이 많이 섞여 있어 가족 단위로 부담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전 16부작이라 주말에 몰아보기 좋은 분량입니다.
Q. 테리우스 코드네임은 무슨 뜻인가요?
A. 드라마 내에서 테리우스는 김본(소지섭)에게 부여된 NIS 코드네임입니다. 코드네임이란 요원의 실제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임무용 가명으로, 드라마 제목 「내 뒤에 테리우스」는 항상 에린 뒤에서 그녀를 지켜보는 김본의 역할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결론
「내 뒤에 테리우스」는 첩보물의 외형을 하고 있지만, 제가 보기엔 결국 이웃 관계와 신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김본과 에린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현실에서 이웃과 천천히 가까워지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 속도가 빠르고 극적일 뿐입니다.
일상에서 이웃 관계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그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계가 막 시작됐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 경험상 먼저 작은 말 한 마디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그 어색함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도 결국 그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는 특별한 계기가 만드는 게 아니라, 평범한 하루가 쌓이면서 만들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