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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한 명 안 나오는데 극장에서 어깨가 굳었습니다. 2023년 개봉한 한국 스릴러 〈뉴 노멀〉은 여섯 명의 인물이 서울에서 4일 동안 얽히며 벌어지는 옴니버스 구조의 공포영화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의 공포는 화면 밖이 아니라 제가 어제 지나쳤던 골목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일상공포 — 평범한 장면이 왜 이렇게 무서운가
〈뉴 노멀〉을 단순한 공포영화로 분류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일상공포(Everyday Horror)'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일상공포란, 귀신이나 괴물 같은 초자연적 존재 없이 현실 속 평범한 상황 자체가 공포의 원천이 되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이건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감각이 공포의 핵심 엔진입니다.
영화 속 첫 번째 인물 현정은 집에 혼자 있다가 화재경보기 점검원이라고 찾아온 낯선 남자를 마주합니다. 문을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는 그 장면, 제가 직접 봤을 때 오히려 유령이 나오는 장면보다 훨씬 답답하고 무거웠습니다. 점검원이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혼자 사세요?"라고 묻는 순간, 관객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무엇을 노리는지.
저는 영화를 보면서 몇 달 전 늦은 저녁 버스 정류장에 혼자 서 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익숙한 장소인데도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갑자기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지던 그 감각이, 현정이 안방 문을 닫던 순간과 정확히 겹쳤습니다. 이게 이 영화의 무서운 점입니다. 제 기억을 소환한다는 것.
- 초자연적 요소 없이 현실 상황만으로 긴장감을 구축
- 관객이 자신의 실제 경험과 장면을 겹쳐보게 만드는 구조
- 낯선 사람의 침입, 데이팅앱 위험, 혼자 귀가 등 실제 사회적 맥락 반영
밀실스릴러 — 탈출구가 없는 공간의 문법
〈뉴 노멀〉이 가장 능숙하게 다루는 것은 밀실스릴러(Closed Space Thriller)적 공간 연출입니다. 밀실스릴러란, 탈출이 제한된 좁은 공간 안에서 인물 간의 긴장이 극한으로 치닫는 서스펜스 장르를 가리킵니다. 엘리베이터, 혼자 사는 좁은 아파트, 컴컴한 폐건물 골목이 이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중학생 승진이 할머니를 도와드리다가 점점 깊어지는 폐건물 골목으로 끌려 들어가는 장면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착한 행동이 위기의 문을 여는 역설적인 구조인데, 그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출구가 멀어지는 시각적 연출이 매우 정밀했습니다. 클로즈트로피아(Claustrophobia), 즉 폐소공포감을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이 느껴졌습니다.
반면 이 부분에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동시에 전개되다 보니, 일부 장면은 공간의 긴장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다음 인물로 전환됩니다. 밀실스릴러의 핵심은 그 공간 안에 얼마나 오래 가두느냐인데, 옴니버스 구조의 특성상 그 호흡이 한 에피소드씩 끊겨버리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를 단점으로 보는 시각도 분명히 있고, 저 역시 그 점은 공감했습니다.
〈기담〉, 〈무서운 이야기〉, 〈곤지암〉으로 이어온 정범식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챙겨봐온 입장에서, 이번 작품은 그가 장르 안에서 새로운 형식 실험을 시도했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인정하고 싶었습니다. 출처: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에서도 〈뉴 노멀〉은 정범식 감독의 신작 옴니버스 스릴러로 등재되어 있습니다.
옴니버스 — 여섯 명의 이야기가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방식
옴니버스(Omnibus) 형식이란, 각각 독립적인 여러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 안에 묶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뉴 노멀〉은 현정, 승진, 연진, 현수, 훈, 기진이라는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서울의 같은 4일 안에 배치해 하나의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인물들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공통된 시공간과 사회적 분위기가 이들을 묶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옴니버스 영화를 볼 때 흔히 "에피소드 편차가 크다"는 불만이 나오는데, 〈뉴 노멀〉은 그 편차를 어느 정도 의도한 것처럼 보입니다. 공포에서 황당함으로, 황당함에서 다시 섬뜩함으로 감정을 넘나들게 설계한 방식이 오히려 현대 도시의 단면을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열린 결말(Open Ending)"에 가까운 전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열린 결말이란, 결말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관객 각자의 해석에 맡기는 방식입니다. 이를 "관객과의 적극적인 대화"로 보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결국 뭐야?"라는 허무함을 느끼는 분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 경우엔 첫 편을 보고 난 직후에는 후자에 가까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각 인물들의 결말을 계속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의도였다면 꽤 영리한 전략입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 심리는 실제로 통계에서도 확인됩니다. 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은 실제 범죄 발생률보다 체감 위험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혼자 귀가하는 상황이나 낯선 사람과의 접촉 상황에서 두드러집니다. 〈뉴 노멀〉은 바로 그 간극, 즉 실제 위험과 체감 위험 사이의 공간에서 작동하는 영화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뉴 노멀 영화 무섭나요? 귀신 나오나요?
A. 귀신은 한 명도 나오지 않습니다. 대신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상황들이 공포의 재료입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초자연적 공포보다 오히려 현실 밀착형 긴장감이 강해서 무서운 걸 못 보는 분들도 보기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단, 불쾌한 인물과 상황 묘사는 꽤 있습니다.
Q. 뉴 노멀 결말이 어떻게 되나요? 속편이 있나요?
A. 이 영화는 열린 결말에 가깝게 마무리됩니다. 각 인물의 이야기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고 끝나는 방식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감독 측에서 시리즈 형태로 이어가겠다는 방향을 밝혔으므로, 첫 번째 작품은 사실상 뉴 노멀 유니버스의 시작점으로 보시는 게 맞습니다.
Q. 정범식 감독 다른 영화도 비슷한 분위기인가요?
A. 〈기담〉, 〈무서운 이야기〉, 〈곤지암〉 모두 인간 내면의 공포를 다루는 방식으로 연결됩니다. 다만 〈뉴 노멀〉은 초자연보다 현실 사회 문제에 더 가깝게 다가선 편이라, 정범식 감독 필모그래피 안에서도 결이 조금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전작들을 좋아했던 분이라면 이번 변화를 흥미롭게 볼 수도, 다소 낯설게 볼 수도 있습니다.
Q. 옴니버스 영화라서 에피소드별로 재미 차이가 크지 않나요?
A. 솔직히 말하면 에피소드마다 몰입도 차이는 있습니다. 인물에 따라 감정이입이 잘 되는 파트와 조금 덜 되는 파트가 나뉩니다. 이걸 단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오히려 그 들쑥날쑥함이 실제 도시 생활의 단면을 보는 것 같은 효과를 냈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
〈뉴 노멀〉은 "일상이 곧 공포"라는 전제를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구현한 영화입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가장 큰 감상은, 영화관을 나오는 길에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봤다는 것입니다. 그게 이 영화가 노린 효과였다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연성이 다소 아쉬운 에피소드가 있고, 열린 결말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입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고어(Gore) 없이, 혹은 과도한 점프스케어(Jump Scare) 없이 관객을 긴장시킬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한국 스릴러의 새로운 문법을 실험하는 출발점으로서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기담〉부터 이어온 정범식 감독의 다음 행보가 이전보다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