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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의 학생회 선거가 그냥 '인기투표'라고 생각했다면,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드라마 「러닝메이트」는 기생충 각본가 한진원이 연출을 맡은 하이틴 정치 드라마로, 프레임 전쟁(frame war)과 인맥 정치가 교실 안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제가 중학교 때 친구의 학급 선거를 도운 경험이 있어서인지, 첫 화부터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현실감 — 이게 드라마인지 제 중학교 시절인지 헷갈렸습니다
주인공 노세훈은 성적이 정교 상위권이지만, 주류도 비주류도 아닌 '적당히 지내는' 유형입니다. 우연히 전교 부회장 선거에 뛰어들게 되면서 학교 권력 구조에 발을 들이는데, 이 설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학급 선거는 처음엔 단순해 보여도 막상 뛰어들면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누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어떤 공약이 먹히는지, 쉬는 시간 열 번 중 아홉 번은 그 얘기였습니다. 드라마 속 세훈이 '발기남'이라는 별명 하나로 학교에서 유명인이 되는 장면도 황당하면서 현실적이었습니다. 실제 학교에서 한 번 이미지가 굳어지면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는 걸 제 경험상 잘 알기 때문입니다.
드라마가 특히 잘 포착한 건 학생들의 이중성입니다. 원대 선배는 "너처럼 성실한 사람이 없다"고 세훈을 설득하지만, 실제로는 열두 번째 후보 순위에서 밀려난 카드였습니다. 이런 식의 달콤한 설득이 얼마나 흔한지, 제가 중학교 때 친구 선거를 도우면서도 비슷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 이미지 관리(image management): 학교 내 평판을 의도적으로 조율하는 행위. 세훈이 곽상현 선배의 '워치'를 받은 뒤 반 분위기가 달라지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 인맥과 신뢰 관계로 형성되는 비공식적 자원. 상현 선배가 가진 '단독방 60개'가 바로 이것입니다.
- 낙인 효과(stigma effect): 한 번 붙은 이미지가 이후 판단을 왜곡하는 현상. '발기남' 별명이 세훈을 내내 따라다니는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선거전략 —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진짜 정치
드라마에서 가장 몰입했던 부분은 선거 전략 파트였습니다. 상현 팀은 지지도가 낮은 반보다 이미 우세한 반부터 공략하는 '지지층 결집' 전략을 씁니다. 여기서 지지층 결집이란, 부동층 설득보다 확실한 지지자를 먼저 단단히 묶어 그들의 목소리를 더 크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실제 선거에서도 자주 쓰이는 전술입니다(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반면 원대 팀은 '진정성'과 '실용 공약'으로 맞섭니다. 교복 자율화나 책상 교체보다 수학여행 부활이 학생들에게 더 먹혔다는 설정은, 공약의 핵심이 '혜택의 크기'가 아니라 '공감의 깊이'에 달려 있다는 점을 잘 짚어냈습니다.
제가 솔직히 예상 밖이었던 건 프레임 전쟁(frame war) 장면이었습니다. 프레임 전쟁이란 상대방의 이미지를 특정한 방식으로 재단해 여론을 주도하는 전략입니다. 원대 측이 세훈의 과거 이미지를 퍼뜨려 기호 1번을 '배신자'로 낙인찍으려는 장면은, 정치 관련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말하는 네거티브 캠페인(negative campaign)의 교과서적 사례였습니다. 한진원 작가가 단순한 학원물이 아니라 정치 드라마로 설계했다는 걸 이 장면에서 확실히 느꼈습니다.
트렌드 분석을 통해 타 학교 공약을 벤치마킹하는 정의의 빅데이터 접근법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선거에서 '뭘 해줄 수 있냐'보다 '지금 애들이 뭘 원하냐'를 먼저 파악하는 쪽이 훨씬 유리합니다. 정의가 보여준 방법론은 그 원칙을 충실히 따른 것이었습니다.
인물관계 — 이기려고 경쟁하다가 자신을 잃어가는 과정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아팠던 장면은 절친 세훈과 지우가 각각 다른 팀에 서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지우가 원대 팀의 부회장 후보로 선택됐다는 사실을 세훈이 뒤늦게 알게 되는 구조인데, 이게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관계의 균열'을 상징한다고 봤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 친구의 선거를 도우면서 다른 친구와 의견이 엇갈려 한동안 어색하게 지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일 힘들었던 건 경쟁 자체보다 '우리가 이걸 계기로 멀어지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이었습니다. 드라마가 그 감각을 정확하게 건드려서, 세훈과 지우의 대화 장면에서 생각보다 감정이 많이 올라왔습니다.
곽상현 캐릭터도 흥미롭습니다. 겉으로는 '걸어다니는 셀럽'이지만, 생일 파티 장면에서 엄마 전화 한 통에 표정이 달라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여기서 퍼소나(persona)라는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퍼소나란 사회적 역할에 맞춰 내보이는 겉모습으로, 심리학자 카를 융이 제시한 개념입니다. 상현이 학교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와 집에서의 모습 사이의 간극이 그 퍼소나를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양원대 역시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그가 보이스피싱 범인 검거에 기여한 '명예 시민' 에피소드는 선거판에서 가장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우연한 이미지 상승'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제 경험상 이건 드라마적 설정이 아니라 실제 학교 선거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러닝메이트 드라마 어디서 볼 수 있나요?
A. 현재 TV를 통해 방영 중입니다. 정확한 채널과 VOD 서비스 제공 여부는 방송사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OTT 플랫폼 출시 일정은 추후 공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한진원 감독이 러닝메이트를 만든 게 맞나요?
A. 맞습니다. 영화 「기생충」의 각본에 참여한 한진원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 덕분에 단순한 하이틴 드라마가 아니라 권모술수와 계층 구조까지 다루는 복합적인 서사가 가능했다고 봅니다.
Q. 학원물인데 성인이 봐도 재밌을까요?
A. 제가 직접 봤는데 충분히 재밌었습니다. 학교 선거라는 설정이지만 그 안에서 작동하는 전략, 배신, 인맥 정치는 직장이나 사회 조직에서도 익숙한 패턴이라 공감 포인트가 많습니다. 오히려 학창 시절 경험이 있는 성인일수록 더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프레임 전쟁이 실제 선거에서도 쓰이는 전략인가요?
A. 네, 실제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광범위하게 다루는 전략입니다. 상대방의 이미지를 원하는 방식으로 재단해 유권자의 인식을 먼저 점령하는 방식으로, 드라마가 이를 고등학교 선거 맥락에 대입한 것은 꽤 정교한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러닝메이트」는 하이틴 드라마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정치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이미지 관리, 프레임 전쟁, 지지층 결집, 사회적 자본 — 이 모든 개념이 교실 안에서 실제로 작동한다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부 장면에서 인물의 감정 변화가 충분히 전달되기 전에 다음 갈등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실제 학교 선거에서 가장 오래 남는 건 전략의 승패보다 그 과정에서 흔들린 관계였는데, 드라마가 그 부분을 조금 더 천천히 다뤄줬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드라마를 보지 않고 있다면, 이번 주 안에 1화부터 시작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학생회 선거를 '애들 놀이'로 봤던 시각이 바뀌는 데 한 화면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