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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웹툰 원작 드라마가 이렇게 잘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보통 실사화 라고 하면 만화나 웹툰을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영상 콘텐츠로 전환하는 것을 말하는데 원작의 명장면이 오히려 어색해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이태원클라쓰는 달랐습니다. 주인공 박새로이가 굴복을 강요받는 순간마다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모습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장면들이 왜 그토록 강렬하게 남는지,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신념 무릎 꿇지 않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을까
이 드라마에서 가장 자주 반복되는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무릎을 꿇어라"는 요구입니다. 학교 교무실에서, 면회실에서, 심지어 교도소 안에서까지. 권력을 가진 쪽이 박새로이에게 굴복을 요구할 때마다 그는 거절합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이 장면들을 봤을 때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에서 저렇게 굴면 그냥 망하는 거 아닌가?'
드라마 속 박새로이의 행동 방식은 소신 자기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꺾지 않는 태도 을 핵심 원칙으로 삼습니다. 여기서 소신이란 단순한 고집과는 다릅니다. 고집은 상황을 읽지 못하는 것이고, 소신은 상황을 읽고도 자신의 가치관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박새로이는 장대희 회장이 제시하는 타협안이 결국 주종관계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종속 구조 를 공고히 하려는 설계임을 꿰뚫어 봅니다. 그래서 거절합니다.
물론 이 점이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 사회에서는 개인의 소신만으로 구조적 권력에 맞서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불합리한 권력관계를 경험한 노동자 중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비율은 전체의 20%를 채 넘지 않습니다(출처: 한국노동연구원). 구조가 개인을 누르는 현실이 반영된 수치입니다. 그럼에도 박새로이가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이기려고' 거절하는 게 아니라 '지더라도 그렇게 살겠다'는 태도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 소신과 고집의 차이: 소신은 상황을 알고도 가치관을 선택하는 것
- 주종관계를 거부하는 것은 감정이 아닌 논리에서 출발
- 현실에서 구조적 권력에 맞서는 비율은 통계적으로 낮음
- 결과보다 과정의 태도가 캐릭터의 설득력을 만든다
끈기 — 2주 동안 피아노를 치면서 깨달은 것
박새로이는 교도소 3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경쟁자의 자서전을 수백 번 읽고, 장가와 관련된 기사를 단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수집합니다. 드라마에서 이 장면이 빠르게 지나가지만, 저는 여기서 멈칫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향을 잃지 않는 것,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제가 직접 경험했거든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Sweetly'라는 피아노 곡을 치겠다고 결심한 적이 있습니다. 피아노를 거의 안 쳐본 상태에서 하루 두 시간씩 연습을 시작했는데, 왼손 파트만 익히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습니다. 솔직히 중간에 여러 번 그냥 접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버텼더니 2주째가 되었을 때 1절 전체를 악보 없이 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순간의 감각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물론 저는 그 이후로 흥미가 떨어져서 더 이상 연습하지 않았습니다. 박새로이처럼 15년짜리 계획을 세운 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 2주가 제게 가르쳐준 것이 있습니다. 반복 학습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게 아니라 목표를 명확히 한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반복하는 훈련 방식 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의 연구에 따르면 목표 지향적 반복 훈련은 단순 반복보다 기술 습득 속도를 평균 2~3배 높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박새로이가 7년이라는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막연하게 버틴 게 아니라, 복수라는 명확한 목표 아래 매일의 행동을 구조화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흥미가 떨어질 때 목표를 붙잡는 것.
성장 — 이 드라마가 아쉬운 딱 한 가지
이태원클라쓰는 캐릭터 성장 서사 주인공이 시련을 통해 내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해 가는 이야기 구조를 아주 촘촘하게 쌓아 올립니다. 고등학교 퇴학, 아버지의 사망, 3년의 수감 생활, 전과자 신분으로 원양어선까지. 박새로이는 매 단계에서 무너질 법한 상황을 만나지만, 그 상황을 다음 단계의 재료로 삼습니다. 이 구조가 시청자에게 강하게 박히는 이유는 단순히 주인공이 강해서가 아닙니다. 그가 아파하는 장면도 충분히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이서라는 캐릭터가 등장한 이후부터 드라마가 한 층 더 풍성해집니다. IQ 162, SNS 팔로워 76만 명의 천재소녀지만 타인의 감정에 완전히 둔감했던 그녀가 박새로이를 통해 처음으로 공감이라는 감정을 경험합니다. 소시오패스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낮은 성격 특성 로 묘사되는 조이서가 변해가는 과정이 사실 박새로이의 성장만큼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두 번 돌려봤는데, 두 번째에 조이서 장면들이 훨씬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솔직히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15년짜리 계획이 실제 드라마 안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결실을 맺습니다. 강한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성공을 만든다는 메시지는 분명 감동적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환경과 기회 구조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 부분을 드라마가 조금 더 다뤘다면 훨씬 묵직한 작품이 됐을 거라는 생각이 남습니다. 이 점만큼은 작품이 충분히 탐구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태원클라쓰 웹툰이랑 드라마 중 뭘 먼저 보는 게 좋나요?
A. 저는 웹툰을 먼저 봤는데, 결론적으로 어떤 순서든 큰 상관은 없습니다. 다만 드라마를 먼저 보면 배우들의 이미지가 웹툰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겹쳐서 더 몰입감이 생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원작 팬이라면 드라마의 싱크로율에 놀랄 가능성이 높습니다.
Q.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어느 플랫폼에서 볼 수 있나요?
A. JTBC에서 방영된 작품으로, 넷플릭스에서도 시청 가능합니다. 국내에서는 TVING 등 일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도 제공되고 있으니 현재 서비스 상황을 각 플랫폼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걸 권장합니다. 플랫폼 정책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Q. 박새로이처럼 신념을 지키면 현실에서도 성공할 수 있나요?
A. 신념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서도 확인되듯, 현실에서는 구조적 환경이 개인 의지만큼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신념을 지키는 것 자체가 장기적인 자기 신뢰(自己信賴)를 쌓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결과와 별개로 의미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Q. 조이서 캐릭터가 소시오패스로 나오는데, 실제 소시오패스는 어떤 건가요?
A.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성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의 구어적 표현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 저하, 규범 무시, 충동성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드라마의 조이서는 실제 임상 정의보다 극적으로 표현된 캐릭터에 가깝고, 그녀가 공감을 배워가는 과정은 현실적이라기보다 드라마적 장치로 이해하는 편이 적절합니다.
결론
이태원클라쓰는 신념, 끈기, 성장이라는 세 가지 축이 서로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드라마입니다. 제가 두 번 돌려볼 만큼 빠져들었던 이유는 단순히 복수가 통쾌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박새로이가 매번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자기 방식을 고수하는 모습이, 제가 피아노 앞에서 일주일째 왼손만 반복하던 그 감각과 어딘가 닿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셨다면 지금 당장 1화를 여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박새로이가 처음으로 무릎을 거부하는 장면에서, 이 사람이 왜 그 선택을 했는지를 한 번 천천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그 질문이 드라마 내내 여러분 곁에 붙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