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소년심판》을 틀었을 때, 저는 그냥 법정 드라마 한 편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첫 화가 끝날 무렵 제가 하던 일을 멈추고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소년원 송치 최대 2년이 전부인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는 판사 한 명. 이 드라마가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를 정리해 봤습니다.촉법소년, 숫자로 보면 더 무겁습니다드라마의 첫 사건은 만 14세 미만 소년이 초등학생을 목 졸라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한 뒤 도끼까지 사용한 강력 범죄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에게 내려진 최고 처분은 소년원 송치 2년이 전부입니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저도 피해자 어머니처럼 멍하니 있었습니다.여기서 촉법소년이란 형법 제9조..
지구상 모든 남성이 단 1초 만에 사라진다면, 남겨진 세계는 과연 유토피아가 될까요, 아니면 또 다른 지옥이 될까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Y: 더 라스트 맨」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당연히 전자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보고 나서야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독특한 설정 — 상상을 초월한 재난의 시작이 드라마의 핵심 전제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합니다. 원인 불명의 사건으로 지구상의 포유류 수컷이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돌연사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지고, 국회의원들이, 조종사들이, 경호원들이 동시에 쓰러집니다. 그 광경이 화면에 펼쳐지는 몇 분 동안, 저는 숨을 쉬는 것도 잊을 만큼 몰입했습니다.그 혼란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재가 있습니다. ..
드라마를 고르다 보면 "설정은 참신한데 내용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씨: 어둠의 날(SEE)」은 달랐습니다. 전 인류가 시력을 잃고 600년이 흐른 27세기라는 설정 하나만으로도 눈길이 갔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설정보다 인물들이 훨씬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단순한 생존 드라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인간의 선택과 책임을 가장 극적으로 담아낸 작품 중 하나라고 봅니다.600년 후 세계관 — 시력이 이단이 되는 사회21세기,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퍼지며 전 인류의 99.99%가 사망합니다. 살아남은 100만 명마저 모두 시력을 잃었고, 600년이 흐른 27세기에는 '앞을 본다'는 개념 자체가 희미한 전설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세계관에서 가장 ..
주말 저녁, 밀린 드라마를 한꺼번에 몰아보다가 새벽 두 시가 되어버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열혈사제 시즌2」 1화를 틀었는데 어느새 2화까지 끝나 있었고, 시청률 15.4%라는 숫자가 빈말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전직 국정원 대테러팀 출신이자 가톨릭 사제인 주인공이 이번에는 스님으로까지 변신해 부산 마약 카르텔과 맞붙는 이야기인데, 유쾌함과 긴장감이 예상보다 훨씬 촘촘하게 엮여 있었습니다.카르텔이 부산을 삼키기까지 — 배경과 맥락드라마는 동남아에서 건너온 조직원이 부산에 발을 디디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겉으로는 여유롭게 "먹고살 정도만 벌었다"고 말하지만, 실은 카르텔(Cartel)의 핵심 연결고리였습니다. 여기서 카르텔이란 마약 유통, 자금 세탁, 뒷배 경찰..
고등학생들의 학생회 선거가 그냥 '인기투표'라고 생각했다면, 이 드라마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드라마 「러닝메이트」는 기생충 각본가 한진원이 연출을 맡은 하이틴 정치 드라마로, 프레임 전쟁(frame war)과 인맥 정치가 교실 안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제가 중학교 때 친구의 학급 선거를 도운 경험이 있어서인지, 첫 화부터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현실감 — 이게 드라마인지 제 중학교 시절인지 헷갈렸습니다주인공 노세훈은 성적이 정교 상위권이지만, 주류도 비주류도 아닌 '적당히 지내는' 유형입니다. 우연히 전교 부회장 선거에 뛰어들게 되면서 학교 권력 구조에 발을 들이는데, 이 설정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학급 선거는 ..
친절한 동네 약사가 연쇄살인범이라면 믿겠습니까? 영화 「그놈이다」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장 평범해 보이는 얼굴 뒤에 숨은 범인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저는 처음 이 영화를 틀었을 때 범인이 그 사람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반전이 오히려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실화 배경 — 이 이야기가 더 무거운 이유「그놈이다」는 완전한 픽션이 아닙니다. 실제 장기 미제 사건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달라집니다. 저는 예전에 뉴스에서 장기 미제 사건 피해자 가족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느꼈던 묵직한 감각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다시 올라왔습니다.영화는 10년 전 부모를 잃고 거친 삶을 살아가는 오빠 장우와 그의 여동..
귀신 한 명 안 나오는데 극장에서 어깨가 굳었습니다. 2023년 개봉한 한국 스릴러 〈뉴 노멀〉은 여섯 명의 인물이 서울에서 4일 동안 얽히며 벌어지는 옴니버스 구조의 공포영화입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영화의 공포는 화면 밖이 아니라 제가 어제 지나쳤던 골목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일상공포 — 평범한 장면이 왜 이렇게 무서운가〈뉴 노멀〉을 단순한 공포영화로 분류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일상공포(Everyday Horror)'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일상공포란, 귀신이나 괴물 같은 초자연적 존재 없이 현실 속 평범한 상황 자체가 공포의 원천이 되는 장르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이건 나한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감각이 공포의 핵심 엔진입니다.영화 속 첫 번째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형사도 검사도 아닌 '가석방 심사관'이라니, 처음 들었을 때 소재가 너무 생소해서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한 화도 건너뛰기 어렵더군요. 화투판과 법무부 시찰이 한 에피소드 안에서 맞물리는 구조, 그리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사람의 이야기가 중심에 놓이는 방식이 기존 범죄 드라마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이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봤습니다.드라마가 선택한 소재: 취업조건부 가석방 제도란 무엇인가제가 봉사활동을 하던 시절, 교정 시설 출소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서 담당 선생님께 처음 '취업조건부 가석방'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빨리 나오는 제도구나" 정도로만 이..
평범한 워킹맘이 사실은 93명을 처단한 전설의 저격 킬러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솔직히 황당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오히려 "이게 왜 이렇게 현실적으로 느껴지지?"라는 생각이 드는 묘한 드라마였습니다. 누적 조회수 1억 8천만을 기록한 웹툰 원작에 공효진이 배우 경력 27년 만에 처음으로 실사 드라마 출연을 결심했다는 사실, 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워킹맘과 킬러 — 독튼한 드라마설정드라마 〈유부녀 킬러〉의 핵심 설정은 이중 정체성(Dual Identity)입니다. 여기서 이중 정체성이란 한 인물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살아가는 서사 구조를 말합니다. 겉으로는 육아 공백 3년을 마치고 복직한 영업3팀 직원이지만, 실제로는 저격 전문 킬..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개 하루 만에 애플TV 전체 차트 1위를 찍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어차피 화제작이라고 부풀린 것 아닌가' 하는 의심부터 들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첫 화를 틀어놓은 순간, 제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트렁크 안에 갇힌 여자가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포박을 풀어내는 장면 그 3분이 이 드라마의 모든 걸 함축하고 있었습니다.생존본능 트렁크에서 시작된 아드레날린일반적으로 범죄 스릴러라고 하면 총격전이나 카체이싱처럼 물리적 스펙터클이 중심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럭키」는 그 공식을 정면으로 비틀었습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주인공 럭키가 움직이는 건 손목과 발목 관절뿐입니다. 그런데도 심장이 쪼여드는 긴장감은 웬만한 총격 씬을 훌쩍 뛰어넘습..